건강검진 고지의무, 공식 문서로 3가지 확인했습니다
결과지에 ‘추가검사 권장’ 문구 하나가 있다는 이유로 보험금이 통째로 거절됩니다. 그런데 같은 문구를 놓고 법원은 서로 다른 판단을 내렸습니다. 금감원이 2024년에 약관을 뜯어고쳤는데도 왜 분쟁은 줄지 않는지, 공식 문서 세 개를 나란히 놓고 봤습니다.
건강검진 고지의무, 어디서부터 시작된 규정인가
보험 가입 시 ‘계약 전 알릴 의무’는 상법 제651조에서 출발합니다. 핵심은 딱 두 가지입니다.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중요한 사항을 알리지 않았을 때만 보험사가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법 조문 그대로 옮기면 이렇습니다.
보험계약 당시에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가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하여 중요한 사항을 고지하지 아니하거나 부실의 고지를 한 때에는 보험자는 그 사실을 안 날로부터 1월 이내, 계약을 체결한 날로부터 5년 이내에 한하여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상법 제651조)
여기서 ‘중요한 사항’이란 보험사가 계약을 맺을지, 얼마에 맺을지를 결정하는 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실을 말합니다. 건강검진 결과는 바로 이 ‘중요한 사항’의 대표적인 예시로 분쟁에 자주 등장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어떤 검진 결과가 ‘중요한 사항’에 해당하는지를 청약서 문구만으로는 판단하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이 모호함이 매년 수천 건의 분쟁으로 이어집니다.
청약서에는 보통 이런 항목이 들어 있습니다. “최근 3개월 이내에 의사로부터 진찰 또는 검사(건강검진 포함)를 통해 질병 의심소견을 받은 사실이 있습니까?” — 이 한 줄이 분쟁의 뇌관입니다. ‘의심소견’이 무엇인지 약관은 따로 정의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금감원이 2024년에 약관을 바꿨는데, 왜 분쟁은 그대로인가
금융감독원은 2024년 1월 2일 보험약관 개선 방안을 공식 발표하면서 이런 내용을 넣었습니다.
개선 전: 청약서상 ‘1년 이내 추가검사(재검사)’ 항목에 정기검진·추적관찰이 포함되는지 불분명
개선 후: 병증 변화나 특별한 치료 없이 정기적으로 받는 건강검진 및 추적관찰은 고지의무 대상인 추가검사(재검사)에 해당하지 않음을 명확히 함
(출처: 금융감독원 보험약관 개선방안, 2024.01.02)
금감원은 “정기검사·추적관찰은 고지 불필요”라고 소비자 유리 방향으로 약관을 개선했습니다. 그러나 같은 발표문 하단 주석에는 “단, 청약서상 고지의무 대상인 질병 진단·의심소견 등을 알리지 않은 경우 고지의무 위반에 해당될 수 있음”이라는 단서가 달려 있습니다. 즉, 같은 검진 결과지를 두고 ‘정기 추적’으로 볼지 ‘질병 의심소견’으로 볼지를 소비자 스스로 판단해야 하는 구조는 그대로입니다. 약관이 바뀌어도 경계선이 여전히 흐리다는 것, 이게 분쟁이 줄지 않는 이유입니다.
2024년 1분기 금감원이 공개한 민원·분쟁사례를 보면, 보험 가입 전 3개월 이내 건강검진에서 ‘중뇌동맥 협착 의심소견으로 추가 MRA 검사를 권유받은 사실’을 고지하지 않은 사례가 등장합니다. 금감원은 이 사례에서 보험사의 계약 해지가 부당하지 않다고 판단했습니다. “3개월 이내 건강검진 결과상의 질병의심소견 등도 고지의무 대상에 해당하므로 보험 가입 시 이전 건강검진 시점과 결과를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 금감원의 공식 입장입니다.
결국 약관 개선이 ‘정기 추적’에만 적용되고, ‘질병 의심소견이 있는 추가검사 권유’는 여전히 고지 대상으로 남겨졌습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이 둘을 현장에서 구분하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습니다.
‘추가검사 권장’ 4글자, 법원마다 판단이 달랐습니다
결과지에 ‘추가검사 권장’이라고 적혀 있으면 고지 대상일까요? 막상 판례를 찾아보면 같은 문구인데도 법원 판단이 엇갈립니다.
| 사건 | 상황 | 법원 판단 | 결과 |
|---|---|---|---|
| 대구지법 서부지원 (2024가단 — 미공개) |
종합판정 ‘정상B’, 의심질환 ‘없음’, 기타 소견에만 ‘추가검사 권장’ 기재 | 구체적 질병명 없는 ‘추가검사 권장’은 질병 의심소견 아님 | 가입자 승 |
| 서울중앙지법 (2018나12765) |
건강검진 결과 이상소견, MRA 추가검사 권유 | 건강검진 결과통보서에 기재된 의사 진찰 결과는 알릴의무 대상 | 보험사 승 |
| 수원지법 안산지원 2024가합7144 (2025.6.12 확정) |
보험 가입 하루 전 정기 건강검진, 소화기·호흡기 소견 수령 (구두, 서면 미교부), 피부과 14회 통원 | 서면 교부 없으면 ‘질병 의심소견’ 해당 안 됨, 경미한 피부질환도 고지의무 대상 아님 | 가입자 승 (확정) |
수원지법 안산지원 판결(2024가합7144, 2025.6.12 선고)이 가장 명확한 기준을 제시합니다. 법원은 청약서상 ‘질병의심소견’이란 의사가 진단서·소견서·진료의뢰서를 서면이나 전자문서 형태로 교부한 경우에만 해당한다고 판시했습니다. 구두로 “한번 더 봐야겠습니다”라는 말을 들었다면, 그것은 고지 대상이 아닙니다. 이 판결은 현대해상이 항소를 포기해 그대로 확정됐습니다.
반면 서울중앙지법 계열에서는 결과통보서 자체가 의사 진찰 결과라는 논리로 고지 의무를 인정한 선례가 있습니다. 같은 ‘추가검사 권장’ 문구를 두고 어느 법원에서 다투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 부분을 기존에 제대로 설명한 글은 거의 없습니다.
대법원 2025.1.9 판결이 바꾼 것
대법원 2025.1.9 선고 2024다272941 판결은 보험금 분쟁 흐름을 바꾸는 중요한 판결입니다. 그런데 방향은 가입자에게 불리합니다.
상법 제655조 단서에 따르면, 고지의무를 위반했더라도 그 위반 사실이 보험사고 발생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면 보험사는 보험금 지급을 거절할 수 없습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가입자에게 유리합니다. 그런데 대법원은 이 판결에서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증명책임이 보험계약자 측에 있다’고 확정했습니다.
쉽게 말하면 이렇습니다. 보험사가 “이걸 안 알렸잖아요”라고 해지를 통보하면, 가입자가 “내가 숨긴 것과 내 병은 관계가 없습니다”를 스스로 증명해야 합니다. 증명에 실패하면 보험금은 나오지 않습니다. (출처: 대법원 2025.1.9 선고 2024다272941 판결, 공보)
이 판결의 사례를 보면 이해가 빠릅니다. 약혼자가 보험 가입 당일 백혈구·혈소판 수치 이상으로 혈액내과 진료의뢰서를 받았음에도 청약서에 ‘아니오’로 답했고, 이후 만성 골수성 백혈병 진단을 받았습니다. 원심은 인과관계가 불분명하다며 가입자 손을 들어줬지만, 대법원은 원심을 파기했습니다. 인과관계가 조금이라도 인정될 여지가 있으면 상법 제655조 단서(가입자 보호 조항)를 적용하면 안 된다는 것이 대법원의 논리입니다.
이 판결이 실생활에 의미하는 바는 명확합니다. 진료의뢰서나 특정 수치 이상 소견이 있는 상태에서 가입했다면, 이후 발생한 어떤 질병과도 연관성이 ‘전혀 없다’는 것을 가입자가 직접 의학적으로 입증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고지해야 하는 것과 안 해도 되는 것, 공식 기준으로 구분합니다
공식 문서를 교차 정리하면 이렇게 정리됩니다. ‘고지 필요’와 ‘고지 불필요’ 경계는 의사가 서면을 교부했는지, 특정 질병명이 언급됐는지로 나뉩니다.
- 3개월 이내 진단서·소견서·진료의뢰서를 서면(전자문서 포함)으로 교부받은 경우
- 결과지에 특정 질병명이 명시된 경우 (예: 중뇌동맥 협착 의심)
- 입원 치료를 받은 사실
- 의사로부터 추가 검사 필요 이유와 함께 서면 안내를 받은 경우
- 병증 변화 없이 정기적으로 받는 국가 건강검진·추적 관찰
- 종합판정 ‘정상B’, 의심질환 ‘없음’ 상태에서 기타 소견란에만 ‘추가검사 권장’ 기재
- 알레르기성 접촉피부염 등 경미한 질환의 투약 이력 (보험 보장 범주 외)
- 의사가 구두로만 언급하고 서면을 교부하지 않은 소견
이 기준이 실생활에서 의미하는 건 하나입니다. 검진 결과를 받을 때 의사가 어떤 형태로 소견을 전달했는지 — 구두냐 서면이냐 — 가 나중에 분쟁을 좌우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보험 가입 전 3개월 안에 검진을 받았다면, 결과통보서 외에 별도 서면을 받은 적이 있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보험사가 해지 통보를 보냈다면, 이 순서로 움직이세요
해지 통보가 왔다고 바로 인정하면 안 됩니다. 수원지법 안산지원 확정 판결처럼, 법원이 뒤집은 사례가 실제로 있습니다. 막상 대응해보면 다음 순서가 현실적으로 작동합니다.
Q&A — 자주 묻는 5가지
Q1. 건강검진에서 ‘정상B’ 판정을 받았는데, 기타 소견란에 ‘추가검사 권장’이 적혀 있어요. 고지해야 하나요?
대구지법 서부지원 판결(2026.2.9 확정 보도 기준)에 따르면, 종합판정이 ‘정상B’이고 의심질환이 ‘없음’이면서 기타 소견에만 ‘추가검사 권장’이 기재된 경우, 고지의무 위반으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해당 문구를 둘러싼 분쟁이 여전히 발생하므로, 애매한 경우 고지하는 쪽이 안전하고 분쟁 가능성이 낮습니다.
Q2. 고지의무 위반으로 계약이 해지됐는데, 3년이 넘었으면 안전한 건가요?
과거에는 ‘3년이 지나면 안전하다’는 이야기가 돌았지만, 현행 상법 제651조는 계약 체결일로부터 5년 이내로 해지 가능 기간이 설정돼 있습니다. 단, 보험사가 해지 사유를 안 날로부터 1개월 이내에 해지 통보를 해야 합니다. 5년이 지나면 해지가 불가능하고 인과관계 없는 보험금은 지급됩니다. (출처: 상법 제651조)
Q3. 피부과 통원 14회 투약 이력도 고지해야 하나요?
수원지법 안산지원 확정 판결(2024가합7144)에 따르면, 알레르기성 접촉피부염으로 14회 통원하며 30일 이상 약물 처방을 받은 이력은 보험 보장 범주 외의 경미한 질환으로, 고지의무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다만 청약서에 해당 항목이 명시적으로 포함된 경우에는 고지 대상이 될 수 있어 약관 내용을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Q4. 고지의무 위반이 있더라도 보험금을 받을 방법이 있나요?
상법 제655조 단서에 따라, 고지의무 위반 사실과 실제 보험사고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는 것을 가입자 측이 증명하면 보험금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담당 의사 의견서, 진료 경위서 등을 통해 ‘내가 숨긴 소견과 내 병은 전혀 무관하다’는 의학적 증거를 확보해야 합니다. 단, 대법원 2025.1.9 판결에서 인과관계 존재를 조금이라도 인정할 여지가 있으면 이 단서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확정했습니다.
Q5. 간편심사보험은 고지의무 기준이 다른가요?
간편심사보험은 원래 건강 이상이 있어도 가입할 수 있도록 고지의무 항목을 줄인 상품입니다. 그러나 금감원은 2024년 1월 약관 개선을 통해 ‘3개월 이내 질병 진단·의심소견’을 간편심사보험의 고지의무 사항에도 필수적으로 포함하도록 개선했습니다. 과거에 ‘어차피 간편심사니까 안 써도 되겠지’라고 생각했다면, 이 기준이 바뀌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출처: 금감원 약관개선, 2024.1.2)
마치며
솔직히 말하면, 이 주제는 ‘정답’을 내기 어렵습니다. 같은 ‘추가검사 권장’ 문구를 놓고 법원 판결이 달랐고, 금감원이 약관을 개선했어도 소비자 스스로 경계선을 판단해야 하는 구조는 크게 바뀌지 않았습니다.
그나마 명확해진 것은 있습니다. 서면이 교부된 소견은 고지해야 하고, 단순히 구두로 들은 내용이나 종합판정이 정상인 결과지의 기타 소견란 문구는 다툼의 여지가 있습니다. 그리고 분쟁이 시작됐다면 해지 통보일자와 서면 교부 여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이 내용은 2026.03.20 기준으로 수집한 공식 판결문·금감원 발표문을 바탕으로 정리됐습니다. 보험 약관은 상품마다, 회사마다 다르므로 개별 상황은 반드시 해당 약관을 직접 확인하거나 전문가 상담을 받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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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 보험약관 개선방안 — 계약전 알릴의무 사항 추가검사 의미 명확화 (2024.01.02)
https://www.fss.or.kr -
대법원 2025.1.9 선고 2024다272941 판결 [보험금] — 고지의무 위반 인과관계 증명책임
https://casenote.kr/대법원/2024다272941 -
수원지법 안산지원 2025.6.12 선고 2024가합7144 판결 — 서면 미교부 시 질병의심소견 해당 불인정
https://www.lawpipl.com -
금융감독원 2024년 1분기 주요 민원·분쟁사례 — 건강검진 고지의무 판단기준
https://www.insnews.co.kr -
대구지법 서부지원 — ‘추가검사 권장’ 문구 고지의무 판단 (2026.02.09 보도)
https://dazabi.com -
매일경제 — 정기검진 고지의무 위반 분쟁 사례 보도 (2026.01.03)
https://www.mk.co.kr
※ 본 포스팅은 공개된 공식 판결문·금감원 발표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된 정보 제공 목적의 글입니다. 개별 보험계약의 약관 내용, 가입 시기, 보험사별 기준에 따라 실제 적용 결과가 다를 수 있습니다. 법적 판단이 필요한 경우 반드시 전문가의 상담을 받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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