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사업법 제23조 적용
석유 최고가격제, 1724원은 정유사 숫자입니다
3월 13일 0시, 정부가 29년 만에 석유 최고가격제를 꺼냈습니다. 뉴스 헤드라인에는 “휘발유 1724원”이 도배됐죠. 그런데 막상 주유소에 가보면 1800원대입니다. 이게 고장 난 게 아닙니다. 처음부터 1724원은 주유소 판매가가 아니었으니까요.
1724원이 주유소 가격이 아닌 이유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정부가 고시한 리터당 1724원은 정유사가 주유소에 기름을 넘기는 공급(도매) 가격의 상한선입니다. 산업통상부는 3월 12일 발표문에서 이 사실을 명확히 밝혔습니다. “최고가격은 정유사의 주유소 및 대리점 등에 대한 공급가격을 기준으로 하며, 주유소 판매가격은 적용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문구가 공식 보도자료에 그대로 나와 있습니다. (출처: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2026.03.13)
1724원은 소비자가 접하는 숫자가 아닙니다. 정유사가 주유소에 파는 가격이고, 거기에 주유소 마진·카드 수수료·지역 물류비가 더해져야 비로소 주유기 숫자가 됩니다.
그렇다면 현재 주유소에서 실제로 내는 돈은 얼마일까요.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이 공개한 2026년 3월 20일 기준 전국 평균 보통 휘발유 판매가는 리터당 1,820원입니다. 1724원보다 96원이 높습니다. 이 96원이 바로 주유소 마진, 카드 수수료, 물류비 등이 합산된 구간입니다. (출처: 한국석유공사 오피넷, 2026.03.20)
공급가와 판매가 사이, 96원의 차이가 생기는 겁니다.
제도의 법적 근거와 실제 작동 구조
이번 최고가격제는 1997년 유가 자유화 이후 29년 만에 처음 발동된 조치입니다. 근거 법령은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석유사업법)」 제23조로, 석유 수입·판매 가격이 현저히 등락해 국민 생활을 해칠 우려가 있을 때 예외적으로 발동할 수 있습니다. 산업통상부 고시 제2026-022호로 3월 13일 공식 시행됐습니다. (출처: 산업통상부 고시 제2026-022호, 2026.03.13)
작동 구조는 생각보다 단순합니다. 정유 4사(SK에너지·에쓰오일·GS칼텍스·현대오일뱅크)는 이 가격 이하로만 전국 주유소와 대리점에 기름을 공급해야 합니다. 1차 최고가격은 리터당 보통 휘발유 1,724원, 자동차용 경유 1,713원, 등유 1,320원으로 설정됐습니다. 이는 제도 시행 직전인 3월 11일 정유사가 제출한 평균 공급가보다 휘발유는 109원, 경유는 218원, 등유는 408원씩 낮은 수치입니다.
| 제품 | 기존 공급가 | 1차 최고가격 | 인하 폭 |
|---|---|---|---|
| 보통 휘발유 | 1,833원 | 1,724원 | ▼ 109원 |
| 자동차용 경유 | 1,931원 | 1,713원 | ▼ 218원 |
| 등유 | 1,728원 | 1,320원 | ▼ 408원 |
출처: 산업통상부 보도자료 및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2026.03.13
고급 휘발유는 처음부터 적용 대상에서 빠졌습니다. 정부는 “선택적 소비재”라는 이유를 댔고, 실제로 3월 20일 기준 전국 평균 고급 휘발유 판매가는 리터당 2,102원으로 최고가격제와 무관하게 여전히 2천원대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출처: 오피넷, 2026.03.20)
공급가 낮췄는데 왜 주유소는 안 내릴까
제도 시행 3일 뒤 가장 많이 나온 민원이 바로 이 질문이었습니다. 공급가가 수백 원씩 내려갔는데, 주유소 가격은 고작 50~70원 수준밖에 반영이 안 됐다는 것이죠. 실제 데이터를 보면 이 체감이 맞습니다.
연합뉴스가 3월 15일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제도 시행 사흘간 주유소 판매가는 휘발유 기준으로 57.9원 내리는 데 그쳤습니다. 정부가 공급가에서 109원을 낮춰준 것 대비 53%만 소비자에게 반영된 셈입니다. 경유는 더 심해서 218원 공급가 인하분 중 76.9원만 내려가 반영률이 35%에 불과했습니다. (출처: 연합뉴스, 2026.03.15)
↳ 정유사가 109원 할인해줬는데, 그 중 절반만 소비자 몫이 됐습니다.
주유소 업계가 꼽은 이유 3가지
① 재고 문제
제도 시행 전에 이미 리터당 2,000원대로 공급받은 기름이 탱크에 남아 있습니다. 그걸 소진하기 전까지 가격을 내리면 즉각 손해가 납니다. 한국주유소협회는 “판매량이 많은 주유소는 하루 1~2번 재고를 받지만, 두 달에 한 번만 받는 주유소도 있다”고 밝혔습니다.
② 카드 수수료 부담
현재 주유소 카드 수수료는 판매가의 1.5% 수준입니다. 리터당 1,800원에 팔면 수수료만 27원입니다. 공급가가 낮아진다고 이 비용이 줄어드는 건 아닙니다.
③ 손실 보전 기준 미확정
석유사업법에는 최고가격제로 손실이 생긴 사업자를 정부가 재정으로 보전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습니다. 그런데 2026년 3월 21일 현재 구체적인 정산 기준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영등포 한 주유소 관계자는 “정유사만 쳐다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출처: 뉴스토마토, 2026.03.20)
즉 최고가격제는 정유사 공급가를 낮추는 도구이지, 주유소 판매가를 강제로 낮추는 도구가 아닙니다. 주유소는 규제 대상이 아니라 시장 경쟁 압력으로 가격을 내리는 구조입니다.
주유소 형태마다 가격이 다른 진짜 이유
같은 동네에서도 옆 주유소랑 가격이 수십 원씩 차이 나는 경험, 다들 있으실 겁니다. 이번 최고가격제 시행 이후 그 격차가 더 벌어졌습니다. 가격을 빠르게 내린 주유소와 그렇지 않은 주유소 사이에 분명한 패턴이 있습니다.
주유소 유형별 가격 반응 속도
빠름정유사 직영 주유소
정유사가 직접 운영. 본사 지침을 바로 적용하므로 가격 인하 속도가 가장 빠릅니다. 손실 보전도 정유사 내부 구조로 처리됩니다.
빠름알뜰주유소
석유공사·농협이 지원하는 구조. 정부 정책에 민감하고 선제적 인하를 주도했습니다. 시행 직후부터 전국 가격 하락을 이끌었다는 게 연합뉴스 보도 내용입니다.
느림일반 자영 주유소
개인이 부지·건물을 소유하고 정유사 브랜드를 빌려 운영. 비싼 재고를 소진하기 전까지 즉각 인하가 어렵고, 손실을 떠안을 여유도 없습니다. 전체 주유소의 대다수가 이 유형입니다.
뉴스토마토 3월 20일 보도에 따르면, 제도 시행 일주일 후에도 주유소 매출은 전쟁 전 대비 70~80% 수준에 머물렀습니다. 소비자는 최고가격제 덕분에 심리적으로 안도하고 주유를 재개했지만, 전쟁 전 수준까지 완전 회복된 건 아직 아니라는 뜻입니다.
소비자가 직접 싼 주유소를 찾는 법
최고가격제가 시행 중인 지금, 오히려 주유소 간 가격 격차가 평소보다 더 크게 벌어졌습니다. 같은 동네에서도 리터당 100원 이상 차이가 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걸 그냥 지나치는 건 솔직히 손해입니다.
지금 당장 쓸 수 있는 방법 3가지
① 오피넷(opinet.co.kr)
한국석유공사가 운영하는 공식 가격 조회 서비스. 현재 위치 기준으로 반경 1~5km 내 주유소 가격을 실시간으로 비교할 수 있습니다. 카드 단말기를 통한 자동 보고 방식이라 거의 실시간 수준입니다.
② 알뜰주유소 우선 확인
농협·석유공사 계열 알뜰주유소는 구조상 가격 인하를 빠르게 반영합니다. 오피넷에서 필터로 따로 검색할 수 있습니다.
③ 2주 단위 가격 변동 체크
최고가격제 기준가격은 3월 27일에 첫 번째 조정이 예정돼 있습니다. 이후에도 2주 단위로 조정됩니다. 조정 직후에는 주유소들이 새 공급가를 반영해 가격을 다시 내리는 경향이 있으니, 조정 후 2~3일 내 주유하는 게 유리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주유소는 “단돈 10원 차이에도 손님이 몰릴 정도로 경쟁이 치열한 업종”이라는 게 한국주유소협회의 설명입니다. 조금만 발품 팔면 의미 있는 절약이 됩니다.
↳ 주유 직전 오피넷 한 번만 켜도 리터당 50~100원 차이가 날 수 있습니다.
2주 단위 조정, 앞으로 가격은 어떻게 될까
정부는 최고가격을 고정으로 두지 않고 2주 단위로 조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조정 방식은 이렇습니다. “제세금을 제외한 1차 최고가격”을 기준으로, 직전 일정 기간 국제 석유제품 가격 상승률을 곱한 뒤 세금을 더하는 구조입니다. 국제 제품가 데이터는 한국석유공사 페트로넷 공시 가격을 씁니다. (출처: 산업통상부, 2026.03.12)
2주 조정 구조가 갖는 변수 2가지
국제 유가가 내리면 → 3월 27일 조정 때 최고가격이 추가로 낮아집니다. 소비자에게 유리합니다.
국제 유가가 오르면 → 최고가격도 올라갑니다. 주유소 판매가에는 이미 공급가 상한이 반영된 상태라 동반 인상이 빠르게 일어납니다. 기름값이 급등 상황을 촉발했던 중동 리스크가 아직 해소되지 않은 만큼, 이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참고로 3월 20일 기준 국제 유가를 보면, 브렌트유는 배럴당 112.15달러로 여전히 고공 행진 중입니다. (출처: tradingeconomics.com, 2026.03.20) 이 수준이 유지되면 3월 27일 조정에서 최고가격이 크게 내려가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소비자 입장에서 현실적인 조언을 드리면, 지금 이 순간이 최고가격제 효과가 가장 잘 반영된 시점일 수 있습니다. 재고 문제가 해소된 주유소들이 공급가 인하분을 반영하기 시작했고, 이 흐름은 3월 하순까지 계속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마치며 — 1724원을 제대로 읽는 법
솔직히 말하면, 석유 최고가격제는 “기름값을 1724원으로 만들겠다”는 정책이 아닙니다. “정유사가 주유소에 팔 때 1724원보다 비싸게 못 팔게 하겠다”는 제도입니다. 이 차이를 모르면 뉴스를 볼 때마다 주유소에서 배신당하는 기분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효과는 있었습니다. 시행 직전 최고점인 3월 10일 기준 리터당 1,906원이던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이 3월 20일 1,820원까지 4.5% 내려왔습니다. 하지만 공급가가 109원 낮아진 것 대비 반영률이 53%에 그친다는 사실, 그리고 재고 소진 전까지는 일반 주유소들이 즉각 내릴 수 없는 구조적 이유가 있다는 것도 함께 봐야 합니다.
제 생각엔 지금 가장 실용적인 행동은 단 하나입니다. 오피넷에서 주변 주유소를 비교해 가격이 빠르게 내려온 알뜰주유소나 직영 주유소를 찾아서 주유하는 것입니다. 최고가격제 효과가 주유소별로 고르지 않게 반영되고 있는 지금이, 오히려 가격 차이가 가장 크게 벌어진 시점이기 때문입니다.
핵심 정리
① 1724원 = 정유사 공급가 상한 (주유소 판매가 아님)
② 공급가 인하분 반영률: 휘발유 53%, 경유 35% (3월 15일 기준)
③ 알뜰주유소·직영 먼저 가격 반영, 일반 자영은 재고 소진 후
④ 다음 조정: 3월 27일 (국제 유가 연동)
본 포스팅 참고 자료
본 포스팅은 2026년 3월 21일 기준으로 작성됐습니다. 석유 최고가격제 기준가격은 2주 단위로 조정되며, 정부 정책·고시·가격 수치는 이후 변경될 수 있습니다. 본 포스팅 작성 이후 서비스 정책·제도·가격이 변경될 수 있으므로, 최신 정보는 산업통상부 및 오피넷 공식 채널에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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