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디폴트옵션,
9.8%가 내 수익률일까요?
디폴트옵션 평균 수익률 9.8%라는 말, 어디선가 들어보셨죠. 근데 막상 내 계좌를 보면 2%대 수익률만 찍혀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게 왜 그런지, 지금부터 수치로 직접 들여다봤습니다.
9.8%는 평균값입니다 — 내 수익률이 아닙니다
퇴직연금 디폴트옵션 전체 수익률 9.8%라는 숫자가 자주 인용됩니다. 이건 2024년 말 기준으로 고용노동부와 금융감독원이 공시한 수치인데, 문제는 이게 모든 위험 등급의 단순 통합 평균이 아니라 특정 시점의 가중 평균이라는 점입니다.
2025년 말 기준 최신 공식 발표를 보면 전체 디폴트옵션 수익률은 3.7%로 내려왔습니다. (출처: 금융감독원·고용노동부, 2026.02.27) 1년 전 4.1%보다도 더 낮아졌습니다. 9.8%는 주식시장 호황기였던 2024년 기준 수치이고, 그것조차 가입자 대부분의 실제 경험과는 거리가 멉니다.
가입자 79.4%가 선택한 안정형 상품의 실제 수익률은 2.63%입니다.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1%였으니, 물가를 간신히 이기는 수준입니다. 퇴직연금을 ‘굴린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퇴직연금 디폴트옵션에 가입했다고 해서 수익이 저절로 나는 게 아닙니다. 어떤 유형을 선택했느냐가 전부입니다.
안정형에 85%가 몰리는 구조적 이유
전체 적립금 53.3조 원 중 45.5조 원(85.4%)이 안정형에 묶여 있습니다. (출처: 금융감독원·고용노동부, 2026.02.27) 가입자들이 이렇게 안정형을 고르는 건 단순히 무지해서가 아닙니다. 구조 자체가 그렇게 설계돼 있습니다.
디폴트옵션을 처음 선택할 때 사업자가 제시하는 화면 순서, 기본값으로 표시되는 옵션, 그리고 상품 이름에 ‘위험’이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으면 자연스럽게 ‘위험이 없는 것’을 고르게 됩니다. 행동경제학에서 말하는 넛지 효과인데, 여기서는 반대 방향으로 작동하고 있는 겁니다.
더 근본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디폴트옵션에 원리금보장형 상품을 허용하는 나라는 한국과 일본뿐입니다. 미국의 401(k), 영국의 NEST, 호주 연금 모두 실적배당형 상품만 포함합니다. 한국은 법적으로(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원리금보장 상품을 디폴트옵션에 넣는 게 가능하도록 설계돼 있어서 이런 결과가 나옵니다.
디폴트옵션은 원래 ‘아무것도 안 해도 적절히 운용해주는 제도’로 도입됐습니다. 그런데 ‘아무것도 안 하면 정기예금에 돈이 들어간다’는 구조라면, 제도의 취지가 반만 살아있는 셈입니다.
4월부터 이름이 바뀐다는데, 실제로 달라지는 건 없습니다
2025년 4월 1일부터 디폴트옵션 상품 명칭이 전면 바뀌었습니다. 초저위험 → 안정형, 저위험 → 안정투자형, 중위험 → 중립투자형, 고위험 → 적극투자형으로 변경됩니다. (출처: 고용노동부·금융위원회, 2025.02.24 발표)
| 기존 명칭 | 2025.4.1 이후 | 2025년 수익률 | 적립금 비중 |
|---|---|---|---|
| 초저위험 | 안정형 | 2.63% | 85.4% |
| 저위험 | 안정투자형 | 7.47% | 7.3% |
| 중위험 | 중립투자형 | 10.81% | 4.7% |
| 고위험 | 적극투자형 | 14.93% | 2.6% |
(출처: 금융감독원·고용노동부 2026.02.27 공시)
이름을 바꾸는 이유는 ‘위험’이라는 단어가 심리적 부담을 준다는 지적 때문입니다. 직관적으로는 맞는 말입니다. 그런데 안정형이라는 이름이 붙어도 상품 구성은 그대로입니다. 은행 정기예금과 보험사 원리금보장보험만으로 이루어진 구조가 바뀌지 않습니다.
한국퇴직연금데이터 영주 닐슨 대표(성균관대 SKK GSB 교수)는 같은 문제를 이렇게 짚었습니다. “이름을 바꾸는 것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상품 구조 자체가 바뀌지 않는 한 안정형 쏠림은 계속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출처: 한국경제 매거진, 2026.03.18)
수익률 격차를 수치로 직접 계산해봤습니다
안정형(2.63%)과 적극투자형(14.93%), 이 차이가 20년 뒤 얼마나 달라지는지 직접 계산해봤습니다. 지금 디폴트옵션 계좌에 5,000만 원이 있다고 가정합니다.
📐 20년 후 원리금 비교 계산
• 안정형 2.63% 적용: 5,000만 원 × (1.0263)²⁰ ≈ 8,540만 원
• 안정투자형 7.47% 적용: 5,000만 원 × (1.0747)²⁰ ≈ 2억 580만 원
• 적극투자형 14.93% 적용: 5,000만 원 × (1.1493)²⁰ ≈ 7억 920만 원
※ 매년 동일 수익률 유지를 가정한 단순 복리 계산. 실제 수익률은 매년 다를 수 있습니다. 수익률 수치 출처: 금융감독원·고용노동부 2026.02.27 공시
안정형과 적극투자형의 20년 후 차이는 약 6억 2,380만 원입니다. 같은 돈을 넣었는데 어디에 넣느냐로 이 정도 차이가 납니다.
물론 적극투자형이 매년 14%를 보장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실적배당형이라 손실이 날 수도 있습니다. 다만 지금 안정형에 있는 2.63% 수익률은 물가 상승률(2025년 기준 2.1%)을 겨우 이기는 수준입니다. 즉 안정형을 유지하면 돈의 실질 가치는 사실상 제자리입니다.
수익률 상위 상품은 공개돼 있습니다. 2025년 기준 적극투자형 최상위는 한국투자증권 디폴트옵션 적극투자형 BF1이 26.62%를 기록했고, 안정투자형 최상위인 iM증권과 우리투자증권 안정투자형 BF2호가 16.27%를 냈습니다. (출처: 금융감독원 2026.02.27 공시)
미래에셋증권만 유독 안정형 비율이 낮은 이유
주요 퇴직연금 사업자의 디폴트옵션 안정형 선택 비율을 보면 거의 모든 은행·보험사가 90% 이상입니다. 근데 미래에셋증권만 49.81%로 유일하게 절반 이하입니다. (출처: 한국퇴직연금데이터·한국경제 매거진, 2026.03.18)
이게 왜 그럴까요. 미래에셋증권은 원래부터 펀드·ETF 투자에 익숙한 가입자들이 많이 모인 증권사입니다. 퇴직연금 계좌도 같은 맥락에서 접근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거기에다 미래에셋증권의 디폴트옵션 상품 구성에서 TDF(타깃데이트펀드)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게 설계돼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시사점이 있습니다. 퇴직연금 실물이전 제도가 2024년 10월부터 시행됐습니다. 지금은 기존 사업자에서 다른 사업자로 현물 그대로 이전이 가능합니다. 단, 디폴트옵션 상품 자체는 실물이전이 되지 않습니다. 이전 전에 디폴트옵션을 먼저 매도 후 이전해야 합니다.
사업자를 바꾸는 것 자체가 수익률을 직접 올려주지는 않지만, 투자에 친화적인 플랫폼으로 이전하면 이후 운용 방향을 바꾸기 더 쉬운 환경이 됩니다. 선택지가 더 많아지는 겁니다.
디폴트옵션 변경, 실제로 어떻게 하는지
디폴트옵션 유형 변경은 각 퇴직연금 사업자의 모바일 앱이나 홈페이지에서 할 수 있습니다. ‘퇴직연금 → 디폴트옵션 → 등록/변경’ 메뉴를 찾으면 됩니다. 대면 영업점 방문도 가능합니다.
주의할 게 있습니다. 디폴트옵션을 변경해도 기존에 이미 운용 중인 자산(원리금보장형 만기 전 자산 등)이 즉시 새 유형으로 옮겨가지는 않습니다. 기존 자산의 만기 도래 이후 또는 기존 운용 방법 만료 후에 새로 선택한 디폴트옵션 상품으로 운용이 시작됩니다. 이 전환에는 최장 6주가 걸릴 수 있습니다.
지금 가입한 안정형을 즉시 바꾸고 싶다면, 디폴트옵션 유형 변경과 별도로 기존 적립금을 원하는 상품으로 직접 운용 지시를 내리는 절차가 따로 필요합니다. 디폴트옵션 변경만으로 기존 자산 배분이 자동으로 조정되지는 않습니다.
어떤 유형이 자신에게 맞는지 판단하기 어렵다면,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100lifeplan.fss.or.kr)에서 사업자별·유형별 수익률 비교가 가능합니다. 특정 금융사에 편향되지 않은 공식 수치를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곳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A
마치며 — 디폴트옵션은 설정해두면 끝이 아닙니다
퇴직연금 디폴트옵션은 ‘그냥 놔두면 잘 굴러간다’는 믿음으로 설계된 제도입니다. 근데 한국에서는 ‘그냥 놔두면 정기예금에 들어간다’는 구조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734만 명이 가입돼 있고, 그 중 79%가 사실상 예금 계좌에 노후 자금을 쌓고 있습니다.
4월 명칭 변경은 그 자체로는 의미 있는 변화가 아닙니다. ‘위험’이라는 단어를 빼는 것보다는, 원리금보장형을 디폴트옵션에서 어떻게 다룰지에 대한 제도적 논의가 더 핵심입니다. OECD 대부분 국가가 원리금보장형을 디폴트옵션에서 제외하고 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건 간단합니다.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에서 내 디폴트옵션 유형을 확인하고, 수익률 표를 직접 비교해보는 것입니다. 이 글에서 언급한 수치들은 모두 공식 공시 자료에 그대로 나와 있습니다. 10분이면 내 퇴직연금의 현재 상태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 본 포스팅 참고 자료
- 금융감독원·고용노동부 — 2025년 말 기준 디폴트옵션 수익률 등 현황 공시 (2026.02.27) 금감원 공식 홈페이지
- 뉴시스 — 퇴직연금 ‘디폴트옵션’ 수익률 3.7%로 하락…가입자 79% ‘안정형’ 쏠림 (2026.02.27) 원문 링크
- 한국경제 매거진 — ‘연수익률 35.88%’…퇴직연금 디폴트옵션이 뭐길래 (2026.03.18) 원문 링크
- 중앙일보 — 퇴직연금 ‘디폴트’ 40조…수익률 3% 맴도는 까닭 (2025.02.18) 원문 링크
- 농민신문 — 몸집 커진 디폴트옵션…안정형 쏠림에 수익률은 3.7% (2026.03.05) 원문 링크
본 포스팅은 공개된 공식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된 정보 제공 목적의 글로, 투자 권유나 금융 상담이 아닙니다.
본 포스팅 작성 이후 서비스 정책·UI·기능이 변경될 수 있으며, 디폴트옵션 수익률은 매 분기 새로 공시됩니다.
투자 결정은 반드시 본인의 투자 성향과 전문가 상담을 바탕으로 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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