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 공시 기준
DC형·IRP 해당
퇴직연금 디폴트옵션 안정형,
5년 수익률 직접 계산했습니다
디폴트옵션을 설정했더니 오히려 전체 수익률이 작년보다 떨어졌습니다. 53조 원 중 85.4%가 안정형에 몰린 결과, 2025년 말 전체 평균 수익률은 4.1%에서 3.7%로 하락했습니다. (출처: 고용노동부·금융감독원, 2026.02.27) 이게 어떤 의미인지, 직접 숫자로 확인해봤습니다.
디폴트옵션 안정형, 설정하면 안심해도 되는 걸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안심하기에는 이릅니다. 많은 DC형·IRP 가입자들이 디폴트옵션을 한 번 설정해두면 알아서 굴러간다고 생각하는데, 막상 설정하고 나서도 어떤 유형을 선택했느냐에 따라 실제 결과는 완전히 달라집니다. 고용노동부와 금융감독원이 2026년 2월 27일 공시한 자료를 보면, 디폴트옵션 전체 적립금 53조3000억 원 중 45조5000억 원(85.4%)이 ‘안정형’에 집중돼 있습니다. (출처: 고용노동부·금융감독원 공시, 2026.02.27)
안정형은 은행 정기예금이나 보험사 원리금보장보험 상품만으로 구성된 유형입니다. 원금이 보장된다는 안도감에 선택하는 사람이 압도적으로 많은데, 문제는 이 유형의 2025년 말 기준 연간 수익률이 2.63%에 불과하다는 겁니다. (출처: 동일 공시)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2.1%)을 간신히 0.53%p 넘는 수준입니다. 실질 구매력 기준으로는 사실상 제자리라는 뜻입니다.
더 당혹스러운 건 디폴트옵션을 쓴다고 해서 수익률이 오른 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2024년 말 전체 디폴트옵션 평균 수익률은 4.1%였는데 2025년 말에는 3.7%로 오히려 떨어졌습니다. 안정형 쏠림이 심해질수록 전체 평균이 끌려 내려간 결과입니다. 디폴트옵션 제도를 쓰고 있어도 안정형을 선택했다면, 제도 도입 취지와는 정반대 방향으로 노후 준비가 진행되고 있는 겁니다.
💡 공식 발표문과 실제 가입자 선택 흐름을 같이 놓고 보니 이런 차이가 보였습니다. 디폴트옵션은 ‘방치를 막는 제도’인데, 안정형 선택 자체가 또 다른 방치가 되고 있습니다.
연간 2.63%가 5년 복리로 쌓이면 얼마가 될까
퇴직연금은 단기 저축이 아닙니다. 20~30년 동안 복리로 굴리는 구조이기 때문에, 연간 수익률 2.63%가 갖는 실제 무게는 단순히 “조금 낮은 이자”가 아닙니다. 직접 계산해봤습니다.
| 시작 원금 | 수익률 | 5년 후 | 10년 후 | 20년 후 |
|---|---|---|---|---|
| 3,000만 원 | 안정형 2.63% | 약 3,417만 원 | 약 3,887만 원 | 약 5,050만 원 |
| 안정투자형 7.5% | 약 4,308만 원 | 약 6,168만 원 | 약 1억 2,672만 원 | |
| 적극투자형 14.93% | 약 6,019만 원 | 약 1억 2,072만 원 | 약 4억 8,664만 원 |
※ 세전·수수료 전 단순 복리 계산 (수익률은 2025년 말 고용노동부·금융감독원 공시 기준)
20년 후를 보면, 같은 3,000만 원으로 시작했을 때 안정형(약 5,050만 원)과 적극투자형(약 4억 8,664만 원)의 격차는 9.6배에 이릅니다. 물론 적극투자형의 14.93%는 2025년 한 해 결과이고 매년 동일하게 유지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미국 Vanguard DC형 가입자의 5년 평균 수익률이 8.9%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출처: Vanguard, 2024), 6~10%대 장기 수익률은 해외에서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수치입니다.
안정형의 진짜 문제는 물가상승률과의 격차입니다. 2025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1%였고, 안정형 수익률은 2.63%였습니다. 차이는 겨우 0.53%p. 10년 동안 이 격차로 3,000만 원을 굴리면 실질 구매력 기준 증가액은 100만 원대에 그칩니다. 세금과 수수료까지 빼면 사실상 제자리입니다.
적극투자형과의 격차, 직접 계산해보면 달라집니다
2025년 말 기준 각 유형별 연간 수익률은 다음과 같습니다. 안정형 2.63%, 안정투자형 7.5%, 중립투자형 10.8%, 적극투자형 14.93%. (출처: 고용노동부·금융감독원 공시, 2026.02.27) 안정형과 적극투자형의 차이는 12.3%p입니다. 연간으로는 “그래봤자 10%p 차이잖아”로 느껴지지만, 10년 복리로 보면 같은 원금이 완전히 다른 금액이 됩니다. 위 표에서 3,000만 원 기준으로 10년 후 안정형은 약 3,887만 원, 적극투자형은 약 1억 2,072만 원으로 3.1배 차이가 납니다.
그런데 적극투자형 가입자 수는 얼마나 될까요. 고용노동부 공시에 따르면 적극투자형 적립금은 전체의 2.6%인 1조400억 원에 불과합니다. 734만 명 중 적극투자형을 선택한 비율은 극히 일부입니다. 좋은 결과가 나오고 있어도 대부분의 가입자는 그 혜택을 전혀 받지 못하고 있는 셈입니다. 이건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 적극투자형 상위 1개 상품인 한국투자증권 디폴트옵션 적극투자형 BF1의 1년 수익률은 26.62%였습니다. (출처: 금융감독원, 2026.02.28) 같은 디폴트옵션인데 어떤 유형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1년 결과가 이렇게 다릅니다.
물론 적극투자형은 손실 가능성도 있습니다. 주식 비중이 높기 때문에 2022년처럼 글로벌 주식 시장이 크게 하락하면 단기 손실이 납니다. 하지만 퇴직연금은 20~30년 만기 상품입니다. 보험연구원 연구보고서(2025-20)에 따르면, 미국 Vanguard DC형 가입자의 TDF(타겟데이트펀드) 투자 5년 수익률은 하위 5%도 6.6%를 기록했습니다. 장기로 갈수록 분산투자 효과가 단기 변동성을 흡수하는 구조입니다.
4월부터 이름이 바뀐 이유, 속뜻이 따로 있습니다
2026년 4월 1일부터 디폴트옵션 상품명에서 ‘위험’이라는 단어가 사라졌습니다. 기존 ‘초저위험’은 ‘안정형’으로, ‘저위험’은 ‘안정투자형’으로, ‘중위험’은 ‘중립투자형’으로, ‘고위험’은 ‘적극투자형’으로 바뀌었습니다. (출처: 금융위원회·지디넷코리아, 2025.02.22) 이 변경의 공식 이유는 “위험이라는 단어가 합리적 투자를 저해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생각해볼 지점이 있습니다. ‘초저위험’이 ‘안정형’으로 바뀌면, 이름이 더 안심되는 쪽으로 바뀐 겁니다. 이미 안정형에 85.4%가 쏠려 있는 상황에서 이름을 더 편안하게 바꾸면 쏠림이 줄어들까요, 늘어날까요. 이 점은 중앙일보 보도(2025.02.18)에서도 지적됐습니다. “상품명을 바꾸는 주먹구구식 대안으로는 디폴트옵션 도입 취지를 살리긴 쉽지 않다”는 겁니다.
💡 고용노동부 공시 데이터와 명칭 변경 흐름을 함께 놓고 보면, 명칭 개편이 가입자 행동에 미칠 영향이 공식 발표에서는 다뤄지지 않았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행동경제학에서는 이런 현상을 ‘기본 편향(default bias)’이라고 부릅니다. 사람들은 기본값을 바꾸기 싫어하는 경향이 있고, 이름이 덜 무섭게 바뀌면 오히려 기본값을 유지하려는 경향이 강해질 수 있습니다. 즉, 명칭 변경이 의도치 않게 안정형 쏠림을 고착화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입니다. 이 부분은 정부가 아직 공식 답변을 내놓지 않은 부분입니다.
OECD에서 한국만 이렇게 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OECD 국가 중 디폴트옵션에 원리금보장형 상품을 정식 포함시킨 나라는 한국과 일본뿐입니다. (출처: 중앙일보·자본시장연구원 인용, 2025.02.18) 미국·호주·영국은 디폴트옵션에 원칙적으로 실적배당형만 포함합니다. 미국의 QDIA(적격디폴트투자대안)는 TDF(타겟데이트펀드), 밸런스드펀드, 관리형 계좌로만 구성되며, 원리금보장형 상품은 신규 가입자의 초기 최대 120일 한시 허용에 불과합니다. (출처: 보험연구원 연구보고서 2025-20, 미국 노동부 기준)
미국 Vanguard의 DC형 퇴직연금에서는 TDF 비중이 2015년 75%에서 2023년 91%로 높아졌고, 5년 평균 수익률은 8.9%였습니다. (출처: Vanguard, 2024, 보험연구원 재인용) 반면 한국 안정형의 장기 연평균 수익률은 2.31% 수준입니다. (출처: 고용노동부 10년 통계) 같은 기간 미국 대비 약 4배 가까운 차이입니다.
한국이 원리금보장형을 포함한 이유는 법 구조 때문입니다.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에 원리금보장 상품을 포함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고, 은행·보험·증권사 간 ‘밥그릇 싸움’도 영향을 미쳤다는 게 금융투자업계의 평가입니다. (출처: 중앙일보, 2025.02.18) 업권 이해관계가 가입자 노후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구조입니다.
⚠️ 일본은 한국보다 먼저 원리금보장형을 디폴트옵션에 포함했다가 수익률 부진을 겪었고, 현재 제도 개편을 논의 중입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한국이 일본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출처: 중앙일보, 2025.02.18)
안정형을 유지해야 하는 사람, 바꿔야 하는 사람
솔직히 말하면, 안정형이 맞는 사람이 없는 건 아닙니다. 퇴직이 5년 이내로 임박했거나, 가입된 연금 잔액을 보수적으로 보존해야 하는 특수한 상황이라면 안정형이 합리적인 선택일 수 있습니다. 이미 퇴직연금 외에 충분한 노후 자산(부동산 등)이 있어서 퇴직연금을 굳이 공격적으로 굴릴 필요가 없는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안정형을 바꾸는 게 유리한 상황
퇴직까지 10년 이상 남아 있고, 현재 디폴트옵션이 안정형으로 설정된 상태라면 유형 변경을 검토해볼 시점입니다. 특히 30~40대 직장인이라면 투자 기간이 충분히 길기 때문에 단기 변동성을 감수할 수 있습니다. 자본시장연구원 남재우 연구위원도 “원리금보장형 상품으로의 100% 투자를 제한하는 방식으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출처: 중앙일보, 2025.02.18) 이 말은 거꾸로, 개인이 먼저 움직이는 것이 더 빠르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디폴트옵션 유형 변경 방법
변경 방법은 각 금융기관(은행·증권사·보험사) 앱 또는 홈페이지에서 가능합니다. 금융기관마다 메뉴 위치가 다르지만, 대체로 ‘퇴직연금 운용관리 → 디폴트옵션 설정 변경’ 경로로 접근할 수 있습니다. 변경 후에도 기존에 쌓인 잔액은 자동으로 새 유형으로 이전되지 않으며, 잔액 이전은 별도로 신청해야 합니다. 이 부분은 놓치는 경우가 많으니 주의가 필요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A
마치며
디폴트옵션 제도는 분명 방치보다 낫습니다. 하지만 안정형을 선택한 채로 ‘설정했으니 됐다’고 생각하는 순간, 디폴트옵션의 이점은 사실상 사라집니다. 제도 도입 취지는 장기 수익률 제고인데, 안정형만으로는 물가를 겨우 따라가는 수준에 머물기 때문입니다.
이 부분에서 기존 블로그들이 잘 다루지 않는 지점이 있습니다. 안정형을 쓰면 ‘손해’가 아니라 ‘안전’하다고 느끼지만, 20년 후에 계산기를 두드려보면 그 감각이 틀렸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같은 원금으로 20년을 굴렸을 때 안정형과 적극투자형의 차이가 현실에서 어떤 의미인지, 위 표의 숫자가 그것을 직접 보여줍니다.
지금 당장 유형을 바꾸지 않더라도, 적어도 본인이 어떤 유형을 선택하고 있고 그게 어떤 결과로 이어지는지는 확인해보시기를 권합니다. 고용노동부 공시 페이지에서는 분기마다 전체 319개 상품의 수익률 비교가 무료로 공개됩니다.
본 포스팅 참고 자료
- 고용노동부·금융감독원,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 ’25년도 4분기 말 기준 수익률 등 현황 공시」(2026.02.27) — moel.go.kr
- 연합뉴스, 「퇴직연금 디폴트옵션 수익률 3.7%…53조 적립금 85%는 ‘안정형’」(2026.02.27) — yna.co.kr
- 중앙일보, 「디폴트옵션 도입 허실」(2025.02.18) — joongang.co.kr
- 보험연구원, 「연구보고서 2025-20, 주요국의 디폴트옵션 현황 및 평가」 — kiri.or.kr
- 브라보마이라이프(이투데이), 「퇴직연금 디폴트옵션 투자유형별 수익률 상위 상품은?」(2026.02.28) — bravo.etoday.co.kr
- 지디넷코리아, 「4월부터 퇴직연금 디폴트옵션 상품 이름서 ‘위험’ 빠진다」(2025.02.22) — zd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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